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10월 31일 합의에 대한
416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의 입장
416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는 2014년 11월 2일 18시에 총회를 열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의 10월 31일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하 “10.31합의안”)에 대해 검토하였습니다. 저희 가족들에게 가장 중요한 실종자 수색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고, 위 "10.31합의안"에 대한 저희 가족들의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0. 정부는 실종자 수색에 더욱 더 총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416 참사 후 197일째 되는 날 고 황지현 양이 가족 품에 돌아왔습니다. 지쳐가는 저희 가족들에게 잊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하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고 황지현 양이 돌아오기 전 수색을 포기하고 인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정부로부터 나왔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고 황지현 양의 귀환으로 무색해졌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실종자 수색을 포기하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말고 남은 9명의 실종자 전원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철저한 수색을 위해 동절기 수색에 대해 실효성 있는 방안과 계획을 내와야 하며, 이 과정에 실종자 가족은 물론 가족대책위원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1. "10.31합의안"는 가족과 국민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첫 결실입니다.
지난 200일간 416 참사의 성역 없는 독립적인 진실규명을 통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법적 수단으로서 <416참사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호소해온 세월호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들과 530만 이상의 전무후무한 서명으로 이 운동에 동참한 국민들의 간절한 요구와 노력 그리고 광화문, 청운동, 국회에서 짧게는 73일 동안, 길게는 114일 동안 농성을 하며 진상규명의 의지를 함께 모아주신 가족들과 국민들이 만들어낸 첫 결실입니다.
2. 그러나 양당이 제시한 <10.31합의안>은 성역 없는,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보장하기에는 불충분하고 미흡한 방안입니다.
416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고 수사할 진상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조사 및 수사 대상으로부터의 독립성, 보다 구체적으로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영향력 행사로부터의 독립성입니다. 하지만 "10.31합의안"은 이러한 독립성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2-1.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인력과 예산에 정부여당이 개입하여 통제할 우려가 큽니다.
위원회 위원장을 유가족들이 추천하기로 한 것은 원칙에 부합하는 당연한 일입니다. 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한 분쟁이나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국가위원회를 설립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중심이 되어 위원회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인 규범이며 해당 국가위원회가 철저히 활동할 수 있게 보장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위원회의 조사대상인 정부와 책임을 공유하는 여당이 위원회의 부위원장겸 사무처장을 결정하도록 하여 여당추천위원이 위원회의 회계와 인력관리에 개입하도록 한 것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성역 없는 조사활동에도 큰 장애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416참사 국정조사에서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사실상 중도에서 좌절시킨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2-2.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독립된 수사와 기소를 보장할 방안 역시 크게 미흡합니다.
"10.31합의안"는 특검 후보 4인의 추천과정에 유가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여당은 참여할 수 있게 한 9월 30일 합의를 그대로 둔 채, 다만 여당이 유가족들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인물을 추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단서를 추가하였을 뿐입니다. 지난 9월 30일 합의보다 진전된 것은 사실이나 특별검사후보군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세월호 가족들의 추천권 행사는 배제하고 집권여당의 추천권을 보장하도록 한 것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할 특별검사의 독립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2-3. 그 밖에도 조사범위와 권한의 한계, 조사 비협조에 대한 처벌조항의 한계도 발견됩니다.
우선 양당이 합의했던 조사거부 시 과태료 3,000만원의 강제조항은 과태료 1,000만원으로 약화되었습니다. 과태료 3,000만원도 강제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컸었는데 과태료의 상한이 낮아지면서 그 강제력이 많이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대상자의 자료제출 등 거부 사유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진화위법”) 제23조의 규정을 참고하여 형사소송법 제110조부터 제112조까지와 제149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진화위법의 ‘제출 거부한 자료에 대한 열람권’ 등에 대한 언급은 없어 자칫 진화위법보다 조사권의 보장에 미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지조사에 대해서는 원래 조사 대상으로 이야기되던 ‘기관’과 ‘단체’를 빼고, ‘장소와 시설’로 한정하면서 실지조사 시 관련 부처에 대한 조사가 가능한지를 두고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4. 또한 위원회의 구성시한에 대한 언급 없이 정부와 여당의 협조여부에 따라 위원회 구성이 마냥 미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3. "10.31합의안"이 지닌 적지 않은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가족대책위는 4차례에 걸친 양당의 지난한 합의과정을 존중하여 다음과 같은 5가지 제안을 합니다.
3-1. 양당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약속한 11월 7일 이전까지 법률을 성안함에 있어 2번 항에서 지적한 "10.31합의안"의 미흡한 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2. 위에서 제기된 합의안의 한계와 문제점으로 인해 진상규명 활동이 제약당할 우려를 사전에 불식하고 성역 없는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향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의미에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11월 7일에 여야 정당 대표, 정부대표, 세월호 가족 대표, 그리고 국민청원인 대표가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대국민 서약식>을 거행하여 이후 진상규명활동에 성역 없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노력하고 협조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할 것을 제안합니다.
3-3. 연내에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새해에는 법 시행과 동시에 전면적인 활동을 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416 참사 200일이 지나도록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수행할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았고, 조사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힐 수단을 마련하는데 해를 넘길 수 없습니다.
3-4. 법 공포 이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과 이와 병행될 위원회 조직 구성이 세월호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도 아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야 및 정부가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3-5. "10.31합의안"에 따라 시작될 “4.16세월호 참사 관련 피해자 및 피해지역에 대한 배․보상과 지원에 대한 논의”에 유가족 뿐만 아니라 모든 생존자, 피해자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가족대책위는 이분들의 참여와 요구가 적절히 관철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4. 이후 가족대책위는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민간조사기구를 구성하여 법 제정 직후 시작될 위원회 구성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향후 진상조사 과정에서 검토, 감시, 제안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입니다. 또한 위원회 구성 후 위 2번 항에서 지적한 한계와 문제점으로 인해 성역 없는 독립적인 조사, 수사, 기소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될 경우, 세월호 가족들은 국민들과 함께 특별법 개정운동 등의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입니다.
5.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호소 드립니다. 특별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고, 설사 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10.31합의안"의 골격대로만 제정될 경우, 성역 없는 진상규명으로 나아가는데 무수히 많은 방해와 장애물이 우리를 기다릴 것입니다. 특별법 제정은 출발선일 뿐입니다. 한계와 문제점이 많은 미완의 법적 수단을 보완하고, 진실을 가리려는 집요한 방해와 장애물들을 극복하면서 정의를 회복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길을 열 주체는 이 법의 제정을 이끌어 온 세월호 가족과 국민들입니다. 그 길에서 가족의 손을 놓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해 주 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4년 11월 2일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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