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카시

봄의 터치

봄바람이 시원하다.
목련 여린 잎을 쓰다듬는다.

봄바람 따라 부지런히 존재를 알린다.

까막 막대기 안에 저런 찬란한 빛을 감추어 두다니
찬 바람 맞으며 마음 암만 불어넣어도 꿈쩍도 않더니
봄바람에 너의 비밀스런 자태를 터쳤구나.

까만 모니터에 형형색색을 띄운들 너만큼 빛나는 것을 여태껏 보지 못했으니 세월을 헛 산 건가?

차디찬 매서운 칼바람 불 땐 영영 안 내밀 것 같았다.
작년 겨울에 '내년에 저 막대기에서 싹이 날까?'
'추위에 죽은 거 아냐?' 생각이 들었지.
매화도 터쳤고
벚꽃도 터친지 오래인데 죽은 거 마냥 꿈쩍도 않더니,
조바심 내고 포기하려한 내가 잘못했다.

이내 꽃망울을 준비하겠지?
모두에게 아낌없이 나눌 열매를 인내심 가지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봄바람 따라 같이 손흔들어 주는 이웃 친구.
부럽다.
끝이 시작인 화관을 쓴 친구와도 온종일 서스럼없이 함께여서.

봄바람이 왈츠장단으로 쓰다듬으니 군무를 즐기는구나.

너의 키는 봄의 꿈만큼이나 높고 높다.

봄의 꿈을 한봉지 가득 담아 부풀었네.
봄의 터치에 곧 터치겠지?

 

자주네+
jajune+

'디카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은실잠자리  (15) 2020.05.11
꿈나래  (18) 2020.05.03
늦게 찾은 봄  (30) 2020.04.16
9도시의 따뜻함  (46) 2020.04.01
아직 남은 봄  (25) 202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