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실컷 먹고도 빨간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실컷 먹고도 빨간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 1
10년 전 이야기도 쉽게 꺼내는 오랜 동안의 친구를 만나 이야기꽃에 한참을 니 밑에서 재잘재잘 거렸는데 다 들었어?

들어주는 이가 더 있어 우리들의 지저귐은 그렇게도 즐거웠나보다.

시리도록 차가운 파란 비단천에 옹기종기 빨간 색실로 수 놓아 우리들의 이야기는 컬러풀한 즐거운 책이 되었다.

! 2
서로 다툼하지 않는다.
여유롭고 한가롭다.
잔뜩 차려진 밥상이건만 내 것이라 주장 하는 이 없다.
더 배고픈 이가 한 입 더 베어 물 뿐이다.
그리곤 푸드덕.

주는 이는 말이 없다.
쨍 차가운 바람에 응답하며 손 끝에 빨간 홍시를 흔들어 내보인다.
여기 더 있다고.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돌무더기 올라 기우뚱 넘어질새라 니 몸뚱이 기대어 촬칵 사진에 담아도 군말 없이 다 받아주어 고맙다.

! 3
12월 12일 무등산 아래 겨울 한풍에도 빨간홍시 무겁다 투정하지 않고 지나는 이에게 기꺼이 내놓는다.
 
지난 여름의 그 뜨겁디 뜨거운 태양을 견뎌내며 품어낸 홍시 하나하나 왜 아깝지 않겠는가.

보기에도 아까운데 너는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는구나.

파랗게 차가운데 지난 여름 이글태양 담아 빨갛게 달콤한 너.
고맙고맙.
고맙홍시.
고홍시.

! 4
내 시선이 너에게로 향하는 걸 느꼈을까?
어느 덧 친구볼이 널 닮아 빨갛게 달아올랐다.
오늘 태양은 차가분데? 추운데? 왜 얼굴 불금?
아마 따라잡기 힘든 너의 빠알간 볼살이 부러웠겠지.
너무 탱탱하잖아.
건조한 차가분 동풍에도 트지도 않잖아.
화장도 한 개도 안 한 것이 너무 이쁘잖아.
아마 그래서였을 거야.
천연 고운 빛깔 생얼이 정말로 부러웠겠지.
그래서 나에게 화는 못 내고 얼굴이 붉었을지도 몰라.
담에 내가 꾸욱 참고 너에게 시선이 덜해도 이해해줘.
맘은 안 그러니까.
내 친구 너 질투 땜시 흉내낼라고 또 붉어질지도 모르니까.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리, 밀  (0) 2019.05.10
무제  (2) 2018.12.16
동백꽃  (2) 2018.11.27
기찻길 옆 단풍에 깃든 가을 햇살  (4) 2018.11.09
가을 장미  (0) 201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