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시절 5월이면 뒤주에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이제 한창 여물어 갈 때다
마당에 장미는 5월의 푸르름에 빨간 핏빛은 더 없이 강렬하다
아직 보리가 다 익기 전
따발총 소리마냥 요란스럽게 날아드는 참새들
전깃줄 위에 참새 한 마리
이미 배불린 건가?
망을 보는 겐가?
다 여물기 전 보리 알맹이들를 훑어 먹었다
배고픈 농부님의 식탁과 다르게 참새들은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귀를 자극하며 황금 만찬을 벌인다
자기들만의 귀 막고 눈 막은 보리타작 마당, 불청객의 발자국에 불만을 토한다
짹짹 거리는 소리가 총구에서 뿜어내는 탕탕 소리마냥 귀가 따갑다
나는 집에 가다 말고 차를 세워놓고 기록으로 남겼다
잠시 식사를 방해한 발걸음이 지나치기를 기다린다
보리밭을 다 먹어치울 기세다
참 놀랍다
5월 보리밭의 평화!
그 총성 한 가운데에서
참새에게 언제 잡아먹혀도 이상하지 않을
힘없고 연약한 나비 한마리
보리밭 한가운데 풍성한 식탁을 누린다
암만 쪼아 먹혀도 5월 평화의 보리밭은 그렇게 익어간다
우리들 풍성한 평화의 밥상에 오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