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카시

5월의 보리밭

 

 

보릿고개 시절 5월이면 뒤주에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이제 한창 여물어 갈 때다

마당에 장미는 5월의 푸르름에 빨간 핏빛은 더 없이 강렬하다

아직 보리가 다 익기 전

따발총 소리마냥 요란스럽게 날아드는 참새들

 

 

 

전깃줄 위에 참새 한 마리

이미 배불린 건가?

망을 보는 겐가?

 

 

 

다 여물기 전 보리 알맹이들를 훑어 먹었다

배고픈 농부님의 식탁과 다르게 참새들은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귀를 자극하며 황금 만찬을 벌인다

 

 

자기들만의 귀 막고 눈 막은 보리타작 마당, 불청객의 발자국에 불만을 토한다

짹짹 거리는 소리가 총구에서 뿜어내는 탕탕 소리마냥 귀가 따갑다

나는 집에 가다 말고 차를 세워놓고 기록으로 남겼다

 

 

잠시 식사를 방해한 발걸음이 지나치기를 기다린다

보리밭을 다 먹어치울 기세다

 

 

 

참 놀랍다

5월 보리밭의 평화!

그 총성 한 가운데에서
참새에게 언제 잡아먹혀도 이상하지 않을

힘없고 연약한 나비 한마리
보리밭 한가운데 풍성한 식탁을 누린다

 

 

 

 

 

 

 

암만 쪼아 먹혀도 5월 평화의 보리밭은 그렇게 익어간다

우리들 풍성한 평화의 밥상에 오를 터다

'디카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이 하늘이다.  (16) 2020.06.11
하늘 접시꽃  (22) 2020.06.05
묵은실잠자리  (15) 2020.05.11
꿈나래  (18) 2020.05.03
봄의 터치  (8) 202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