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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숨막히는 일상에 낸 숨구멍

햇빛이 강렬한 해질녁임에도 달빛이 선명하다. 
주변에 비교할 수 있는 사물이 없는 높이 뜬 달은 상대적으로 작게 보인다. 
그래서 일까? 
달이 무척 크게도 보인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천변 자전거길을 따라 광주천의 상류로 거슬러 거슬러 달렸다.
겨울 바람이 춥지 않다.
오히려 시원하다.
심장은 하늘 위에서 땅 아래까지 쿵쾅거리며 요동을 친다.
미칠 것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 딱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의 찬 바람은 미칠 것만 같던 뜨거운 심장을 포근하게 아니 시원하게 감싼다.
겨울 자전거의 묘미다.

고즈넉한 분위기다.
조용하고 한적하다.
그리고 시원하다.
요동치는 뜨거운 피 내뿜는 심장말고는 말이다.

이런 사진을 왜 찍었냐면 예뻐서다.

바쁜 일상에 어거지로 틈을 내었다.

그 틈에 만난 장면이어서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도착한 곳은 이전에도 몇 번이나 들른 적이 있는 곳이건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해 넘어가는 쪽은 산에 가리워 이미 해가 보이지 않는다.


해 넘어가는 반대편 산 중턱 위로는 아직 햇빛이 선명하고 밝다.정자나무 가지 사이로 걸친 달이 예쁘다.

평소답지 않게 예쁜 옷에 화장을 곱게 한듯 낯설음과 신선함이 공존했다.



정자에 잠간 앉았다 갈까도 싶었지만 곧 어두워지겠다 싶어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돌렸다.


같은 듯 다른 하루다.

일상 가운데 틈을 내어보는 것.

숨막힐듯 바쁜 일상 가운데 어거지로라도 숨구멍을 내어보면서 살아갈 마음의 여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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