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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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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보리밭 보릿고개 시절 5월이면 뒤주에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이제 한창 여물어 갈 때다마당에 장미는 5월의 푸르름에 빨간 핏빛은 더 없이 강렬하다아직 보리가 다 익기 전따발총 소리마냥 요란스럽게 날아드는 참새들 전깃줄 위에 참새 한 마리이미 배불린 건가?망을 보는 겐가? 다 여물기 전 보리 알맹이들를 훑어 먹었다배고픈 농부님의 식탁과 다르게 참새들은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귀를 자극하며 황금 만찬을 벌인다 자기들만의 귀 막고 눈 막은 보리타작 마당, 불청객의 발자국에 불만을 토한다짹짹 거리는 소리가 총구에서 뿜어내는 탕탕 소리마냥 귀가 따갑다나는 집에 가다 말고 차를 세워놓고 기록으로 남겼다 잠시 식사를 방해한 발걸음이 지나치기를 기다린다보리밭을 다 먹어치울 기세다 참 놀랍다5월 보리밭의 평화!그 총성 한 가운..
묵은실잠자리 한 겨울을 묵은 실잠자리. 지난 겨울 모질게 고생하였으니 푸른 들판 따뜻한 볕 맘껏 누리다 가거라.
꿈나래 이제 꿈나래를 펼쳐보자.
봄의 터치 봄바람이 시원하다. 목련 여린 잎을 쓰다듬는다.봄바람 따라 부지런히 존재를 알린다.까막 막대기 안에 저런 찬란한 빛을 감추어 두다니 찬 바람 맞으며 마음 암만 불어넣어도 꿈쩍도 않더니 봄바람에 너의 비밀스런 자태를 터쳤구나.까만 모니터에 형형색색을 띄운들 너만큼 빛나는 것을 여태껏 보지 못했으니 세월을 헛 산 건가?차디찬 매서운 칼바람 불 땐 영영 안 내밀 것 같았다. 작년 겨울에 '내년에 저 막대기에서 싹이 날까?' '추위에 죽은 거 아냐?' 생각이 들었지. 매화도 터쳤고 벚꽃도 터친지 오래인데 죽은 거 마냥 꿈쩍도 않더니, 조바심 내고 포기하려한 내가 잘못했다. 이내 꽃망울을 준비하겠지? 모두에게 아낌없이 나눌 열매를 인내심 가지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봄바람 따라 같이 손흔들어 주는 이웃 친구..
늦게 찾은 봄 늦봄 꽃이 보인다 참 다행이다
9도시의 따뜻함 날마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멀치감치 곁눈질하며 지났다 퇴근길 강한 이끌림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더 예쁘다넋 놓고 바라본다 시시각각 변하는 색의 포근함 온 종일 가픈 숨이 쉼으로 잦아든다 9도시 차가운 바람 우리가 상채기낸 봄이 따뜻함으로 위로 한다.
아직 남은 봄 봄이 아직 남았다. 다행이다.
거친 찬 바람은 황금 풀무질되어 퇴근길 바람이 거세다 시원함은 잠간 3월의 거친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멋있다던 내 머리는 산발이다. 하지만 어쩌랴 내 발은 이미 바람 한가운데다. 무섭도록 타오르는 황금 풀무불에 붙들리고 만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