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카시

가을가을 한 복판 장미

한가하고픈 휴일 오후.
가을을 느끼고 싶어 들어선 역사 깊은 교정의 뜨락.
가을의 절정이 내려 앉았다.

조금 걷다 눈에 훅 치고 들어오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나의 그녀를 닮은 꽃.

누가 오월의 장미라고 하였나.

11월의 장미.
온통 낙엽 천지인 뜨락이여서
더 빛나는 자태다.
 

겨울 맞으러 여름을 눈물로 떨구는 아름드리 나무 아래
연분홍 색조의 뽀얗고 싱싱한 꽃잎을 터트렸다.
이파리도 푸르다.

바람따라 날으는 이퐈리 따위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온 세상 하얗게 눈으로 덮였을 때에도 여전히 연분홍 꽃잎을 자랑할 것만 같다.
어처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얀 눈 쌓였을 때
꼭 다시 들여다봐야만 할 것 같다.


'디카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친 찬 바람은 황금 풀무질되어  (50) 2020.03.15
보물 캐다.  (24) 2020.03.13
지난 5월 뜨거웠던 너의 열정  (4) 2019.11.18
퇴역 외롭지 않은 안식  (5) 2019.10.01
석양  (4) 2019.09.24